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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연구팀, 퇴행성 망막 질환 치료제 개발 성공! 임상 소식까지

by 신군02 2025. 3. 31.

 

우리는 매일 당연하게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만약 어느 날 시야가 흐려지고, 중심이 보이지 않으며, 점점 눈앞이 깜깜해진다면 어떨까요? 그게 바로 퇴행성 망막 질환 환자들이 겪는 현실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질환은 대부분 치료가 어렵고, 시간이 지날수록 시력이 점점 악화되어 결국 실명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KAIST(한국과학기술원)**의 연구팀이 기존 치료로는 회복이 어려웠던 손상된 시력을 다시 되찾을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법을 개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퇴행성 망막 질환이란 무엇일까?

 

망막은 눈 뒤쪽에 위치한 얇은 신경막으로, 빛을 받아서 전기 신호로 바꾸고 이 신호를 뇌로 전달해 우리가 ‘본다’는 감각을 느끼게 해주는 아주 중요한 기관입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거나 유전적인 이유, 혹은 질병 등으로 인해 이 망막의 세포들이 점점 손상되면 시력이 서서히 떨어지고, 심하면 실명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대표적인 퇴행성 망막 질환으로는 망막색소변성증과 **나이 관련 황반변성(AMD)**이 있어요. 이들은 시세포나 망막 신경세포가 사라지면서 시야가 점점 좁아지고, 어두운 곳에서 잘 안 보이거나 중심 시야가 왜곡되는 증상을 유발하죠.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이 이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들의 시력을 되살릴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었습니다.

 

KAIST 연구팀은 어떤 해결책을 찾았을까?

 

우리 몸에는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줄기세포라는 것이 있어요. 그런데 눈 속 망막에도 줄기세포처럼 작용할 수 있는 **‘뮬러글리아(Müller glia)’**라는 특수한 세포가 존재합니다. 이 세포는 평소에는 망막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지만, 특정 조건에서는 새로운 신경세포로 바뀔 수 있는 잠재력이 있죠.

흥미로운 점은 물고기 같은 일부 동물들은 망막이 손상되면 이 뮬러글리아가 실제로 새로운 신경세포로 변해서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거예요. 반면에 사람이나 쥐 같은 포유류는 그런 능력이 거의 작동하지 않습니다.

KAIST 연구팀은 바로 이 차이에 주목했습니다. 포유류에서 왜 뮬러글리아가 신경세포로 바뀌지 못하는지를 조사하던 중, 그 과정을 방해하는 특정 단백질을 찾아낸 것이죠.

 

핵심 단백질 ‘프록스원’의 정체

 

연구팀은 포유류 망막 안에서 뮬러글리아가 ‘신경세포로 변화하는 길’을 막고 있는 단백질을 발견했는데, 그게 바로 **프록스원(PROX1)**이라는 이름의 단백질이었습니다.

프록스원은 뮬러글리아가 변화하려고 할 때, 일종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면서 신경세포로의 전환을 멈추게 합니다. 쉽게 말하면, 잠재력이 있지만 잠자고 있는 뮬러글리아를 계속 잠들게 만드는 단백질인 셈이죠.

게다가 이 단백질은 단지 그 세포 하나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주변 신경세포에서 분비되어 뮬러글리아에 전달되며 망막 전반의 회복을 막는 작용도 함께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중화항체로 망막 재생 성공!

 

이제 KAIST 연구팀은 ‘해결법’을 찾았습니다. 바로 **프록스원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항체(중화항체)**를 만들어서 이 단백질이 뮬러글리아의 활동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한 거예요.

실험에서는 이 항체를 망막 손상을 입은 생쥐의 눈에 주사했습니다. 그 결과 놀랍게도 뮬러글리아가 깨어나면서 줄기세포처럼 행동했고, 실제로 망막 내에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시력을 잃었던 생쥐가 다시 빛을 인식하고 사물을 보는 기능을 되찾았어요.

무엇보다도 그 회복 효과는 단기간이 아니라 6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지속되었고, 이는 포유류에서는 지금까지 전례가 없던 성과였습니다.

 

실제 사람에게도 적용 가능할까?

 

이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KAIST 김진우 교수는 ‘셀리아즈(CelLiAZ)’라는 바이오 벤처 기업을 설립해 치료제 상용화에 착수했습니다. 현재는 동물 대상의 전임상 시험 중이며, 2028년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해요.

치료제는 주사 형태로 안구에 투여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며, 황반변성이나 망막색소변성 등 다양한 퇴행성 망막 질환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습니다.

만약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이는 실명 위험에 놓인 수많은 환자에게 시력을 되찾아줄 수 있는 최초의 치료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더 기대되는 이유

 

이 치료법이 가진 가능성은 단순히 눈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연구팀은 프록스원 단백질과 유사한 억제 물질이 뇌나 척수 같은 다른 신경계에도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어요.

그 말은, 앞으로는 이 기술을 활용해 치매, 파킨슨병, 척수 손상 같은 신경세포 손상성 질환들까지도 치료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망막 신경 재생’이 재생의학의 새로운 열쇠가 될 수 있는 셈이죠.

 

마무리: 실명을 되돌릴 첫 번째 치료제?

 

시력을 잃는다는 건 단순히 앞을 못 보는 것 이상으로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과학이 다시 ‘보게 만드는 법’을 찾아냈고, KAIST 연구팀은 그 첫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딛었습니다.

아직 사람에게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지만, 이 기술은 분명히 의료계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시 빛을 보는 날’을 맞이하게 될 날이 머지않았기를 기대해 봅니다.